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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카의 일상과 푸념/진보라빛 푸념

정신과를 3개월째 다니고 난 나의 변화 (장점, 단점, 항우울제 부작용 등등...) by HAYAKA

안녕하세요! 하야카 입니다.

예전에 정신건강의학과 이야기에 관해서 한번 글을 썼었는데 여러분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짤막하게(아마도)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https://hayaka-the-mauve33.tistory.com/24

 

정신과 내원 및 항우울제 한달 복용 후기 by HAYAKA

안녕하세요. 하야카 입니다. 오늘은 꽤나 은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정신건강의학과와 (보통 정신과, 정신병원(...) 등으로 불리죠) 여기서 처방받는 항우울제에 대한 후기 입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hayaka-the-mauve33.tistory.com

오늘 할 이야기는

병원을 비교적 오래 다니고 난 후의 제 모습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질문과 & 대답 형식으로 궁금하신점에 대하여 한번 글을 써가볼게요.

 

 


0. 현재 앓는 병은?

Beck 우울 척도에서 우울감과 편집증이 좀 심하다고 검사결과가 나와서 약 처방을 권유받았습니다. 기타 다른 항목들도 정상인들 보다는 좀 높구요. 의사선생님 왈, 저는 이러한 성향들이 오래동안 굳어져 '성격'이 되어버렸다고 하셨습니다.

편집증이란 간단히 말하여 망상을 자꾸 하는 심리장애정도로만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저도 잘 몰라요... ㅠ

 

1. 병원은 어떻게 다니고 있으며, 약은 뭘 먹고 있는가?

현재 저는 동네의 정신건강의학과를 약 3개월 정도를 다녔고, 2주에 한번씩 약 처방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처방받는 약은 정확한 이름은 모르고요...

(약의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는 의사라니! 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것이 의사선생님의 의도라고 생각하여서 자세히 안 따지기로 했습니다. 우울증이 있는 환자가 괜히 약 성분 들춰보다가 불안해 할수도 있으니까요)

'20mg'이란 글씨가 적혀진 진갈색 물방울 모양의 약 한알, 흔한 막대모양의 초록 알약 한알, 위장약을 한알 먹고 있습니다. 

 

(수정) 찾아보니 이런 약이더군요. Trintellix라는 약이에요. 초록 알약은 정보를 찾지 못했어요 ㅠ

http://anam.kumc.or.kr/dept/main/bbsView.do?CID=2795&cPage=1&MENU_ID=003009013&DP_CODE=AAPHD

 

약제팀

Vortioxetine HBr (BRINTELLIX®) 성분/함량 Vortioxetine HBr 6.355mg (vortioxetine으로 5mg) Vortioxetine HBr 12.71mg (vortioxetine으로 10mg) Vortioxetine HBr 25.42mg (vortioxetine으로 20mg) 성상/제형 5mg: 분홍색 달걀형 정제(TL, 5) 10mg: 노란색 달걀형 정제(TL, 10) 20mg: 빨간색 달걀형 정제(TL, 20)

anam.kumc.or.kr

 

2. 약의 효과?

먼저 망상이 정말 많이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 많은 곳에 가면(이상하게도 시내 한복판 보다 '아는 사람'이 많은 학교 안이 더 무서웠어요) 시선을 못 맞추고 손발이 저릴정도로 겁에 질리곤 했는데 이젠 훨 나아졌어요.

'저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는 게 분명해... -> '아, 사람들이 대화를 하고 있구나.' 

이런식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해야하나... ㅋㅋㅋ

물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면 아직도 낯설고 적처럼 경계하곤 합니다. 완전히 겁이 죽진 못했어요.

그리고 예전보다 화도 덜 나는것 같아요. 확실히 성격에 '여유'가 생긴것 같아요.

우울감이 제법 줄었습니다. 노래방에서 맨날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만 찾던 사람이 이젠 웃긴 마미손 노래도 잘 부르곤 합니다... ㅋㅋㅋ 우울한 일이 생기면 우울의 늪에 영원히 빠져버리기 보다는, 잠시 멈추고 상황을 되짚는 느낌.

'내가 또 이런 실수를 하다니... 정말 멍청이야....' -> '실수는 누구나 할수 있어, 다음엔 정말 잘하자!'

이런식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불안이 좀 늘어났습니다. 갑자기 단점(?)이 튀어나와서 놀라셨죠? 하지만 의사선생님 왈, 우울과 불안, 분노등의 흔히 나쁘게 여겨지는 감정은 없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적당한 우울은 상대방을 공감하는데 필요하고

적당한 불안은 나의 활력소가 되고

적당한 분노는 자존심의 방어기제가 된다고 합니다.

제가 앞에서 말한 초록알약이 활력을 조금 높이는 약이라는데요(그렇게 들었어요.), 예전에는 무기력이 많이 많이 심했지만 요즘은 걱정할만한 일들은 걱정하며 사는 것 같아요. 좋은건진 잘 모르겠어요... 겁쟁이가 되어버린것 같기도 하고 ㅎㅎ 생각의 변화를 보여주자면

'아무것도 재미가 없어... 하고 싶은게 없어...' -> '요즘 취업이 어렵다는데 걱정되네,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정도네요.

좀 둔해졌습니다. 이건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는 뜻이 아니고, 예술적인 감각이 좀... 죽은 느낌?

개인적으로는 예술을 마치 신내림처럼 우울을 승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었는데, 요즘 제 그림 보면 미적감각은 개나 준 느낌이 들더군요...  아마 우울증으로 크게 예민하고 날카로웠던 마음이 유일하게 '좋은' 쪽으로 사용되다가 이제 치료가 되어가면서 그 능력이 사라진걸지도...(라고 추측중)

 

3.  약의 부작용?

저의 경우 소화불량이 제일 크더라고요. 이 항우울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이기도 하고요.

심한 수준은 아닌데, 빈속에 약을 먹고 또 다른 항생제를 먹거나, 운동을 하거나, 차를 타면 토를 하더군요.

정신과 의사선생님 말로는 빵이나 밥처럼 담백한 음식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귀찮아서 아침을 거르다 보니 소화불량을 자주 달고 사는것 같아요 ㅠㅠ; 그래도 심한 수준이 아니라서 밥먹으면 금세 좋아집니다!

다른 분들은 불면증도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저는 오히려 너무 자서 고민이네요. (엥??)

 

4. 병원 다니면서 힘들었던 점?

저는 자가용이 없어서 자전거로 2주마다 병원까지 가곤 했는데, 이 과정이 귀찮고 힘들더라고요.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힘들어요. 다리만 힘들지 의사선생님이 잘 이야기도 들어주셔서 막상 가면 기분 좋게 돌아옵니다 ㅎㅎ

비용이 제 평생의 병을 치료할수만 있다면 비싼 편은 아니지만. 진료비 5천원, 1주일치 약값 5천원 정도라고 가정하면 자주갈수록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한달 약 3~5만원꼴) 저는 게다가 부모님께 말도 못해서 지원도 못받은 학생이고요. 이게 심적으로 좀 괴롭긴 하더라고요.

마음이 아프지만 않았어도 돈 나갈일 줄었을텐데...

 

5. 항우울제 복용 이외의 노력

목표 세우고 실천하기. 무기력함과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 하루 목표를 세우고 그것들을 해나가고 있어요. 예를 들면 '하루 30분 빨리 걷기와 그림 한개 그리기'를 매일 정해놓고 하는거에요. 성공했다면 그날은 쭉 마음편하게 보내도록 스스로 약속하기! 생각보다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데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좋더라고요.

밥 건강하게 먹기. 편의점을 들락날락 하다보니 인스턴트 식품만 먹게 되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즉석밥에(슬프게도 밥통은 없어서...) 반찬가게 표 반찬들을 많이 사서 먹습니다. 소화도 잘되고 영양가도 있어서 매 식사시간이 즐거워요. 단... 좋아하는 반찬 남아있을때만 ㅋㅋ

자주 움직이기. 운동도 좋지만 너무 우울해서 운동이 많이 힘드시면, 요가라도 해보세요! 요가도 싫다면 머리감기나 빨래하기라도! 설거지라도! 이불개기라도! 자주자주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스스로의 활력을 채우는 데에도 좋더라고요.

 

6. 약은 얼마나 먹어야 할까?

인터넷에 찾아보니 보통 6개월~12개월 정도를 먹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제가 다니는 정신과 의사선생님 왈, 끊고 싶으면 의사 상담후에 서서히 약 줄여나가도 된다고! (반드시 의.사.상.담.후!)

저는 이왕이면 확실히 낫고 싶어서 좀 오래먹게 될것 같아요. 아마 6개월 이상 먹지 않을까요? 

 

(수정)

제가 먹는 약은 수면제 등과 다르게 의존성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먹어야 한다고 알려 주시지는 않으셨지만, 제가 원한다면 원하는 기간 만큼 치료를 할 수 있는것 같네요.

 

7. 마지막 한마디

약이 없어지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까봐 불안한 마음도 공존하지만, 저는 병원 온걸 정말 잘했다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위급하고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병원에 겨우 찾아오는게 너무나 안타까워요.

전문가는 정말 다르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문제는 마음이 아닌 몸의 문제일수도 있어요.

의지로 해결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으니 병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저는 추천드리고 싶어요.

항우울제는 여러분의 잘려버린 두 다리를 만들어내는 약이 아니에요.

여러분이 걸을 수 있게 보조로 도와주는 의족 같은 것이에요.

걷는 주체는 결국 여러분입니다.

'결국 최후의 수단인 병원에 가는 구나...' 하며 좌절하시지 말고, 병원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세요!

저와 여러분의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