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야카입니다.
최근에 제가 폰을 도난당했습니다. 오.
그때의 슬픈 기분들을 많이 기억하고 싶어서, 그리고 휴대폰을 분실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글을 씁니다!
(편의상, 존댓말이 아닌 반말(?)투로 쓰려고 합니다...)
약 2주전 금요일.
자전거를 타다가 뭔가 툭 하는 소리가 났다.
아무렇지 않게 갔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해서, 횡단보도를 기다릴때 다시 주머니를 확인해보았다.
코트 주머니에 휴대폰이 사라져 있었다.
그거 보통 휴대폰도 아니고 1달밖에 안된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10 아우라글로우다.
심지어 지갑케이스여서 그 안에는 약간의 현금과 각종 카드들도 들어있었다. 주민등록증까지.
나는 당황하여 다시 가던길을 되돌아왔지만
길바닥엔 전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주변사람들을 불쌍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대부분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했다.
1분사이에 그렇게 도난당한 것... 물론 내가 그날따라 자전거 바구니에 폰을 넣지 않은 잘못한 것도 있지만 평소에 정말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서 더더욱 화가 났다.
나는 조심했지만, 나쁜 누군가가 가져가서 내게 불행이 생긴거니까.
나는 현금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급하게 근처 pc방에서 위치추적을 시작했다.
슬프게도 남은 사용시간이 20분 뿐이었는데, 아무리 추적을 해도 내가 떨어뜨린 지점 근처라는 표시만 뜨고, 핸드폰 알람을 5분간 켜봐도, 그곳에 다시 갔을땐 아무것도 없었다. pc카톡도 내가 쓰던 컴퓨터가 아니면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나는 디스코드로(게임 메신저가 이렇게 쓰이다니) 유일한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어머니껜 pc방 아르바이트 생의 휴대전화를 빌려 어렵게 나쁜소식을 전했다.
엄마가 다짜고짜 화부터 내더라.
이해는 되었지만 많이 서러웠다.
사실 지갑에 있는 카드나 1만여원의 현금, 갤럭시노트10이 중요한건 아니었다.
내게는 그 속에 있던 추억들이 정말 중요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담긴 사진들.
그제서야 왜 나는 구글백업을 해두지 않았는지 정말 후회가 되었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
거리를 계속 배회했지만 손발은 점점 얼어붙어갔다.
결국 하는수 없이 쓸쓸한 마음으로, 손을 비벼대며 자전거로 기숙사에 되돌아 갔다. 도착하면 내 노트북으로 제대로된 휴대폰 위치를 추적할 속셈이었다. 나는 google 핸드폰찾기 위치추적을 사용했다.
그런데.
내가 오늘 들른적도 없던 우동집에서 누군가가 '차를 타고' 원룸촌으로 휴대폰을 들고갔다는 기록이 뜨는것이 아니겠는가. 순간 엄청난 소름이 돋았다. 나는 차가 없다.
그 순간 너무나 큰 두려움을 느꼈고
(보통 원룸에는 1인 남성이 많이 사니까)
나는 울먹이며 사감실로 가서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도 사감선생님과 생활관 직원분들은 정말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주셨다. 나는 옆에서 계속 위치추적을 하고(불행히도, 원룸에 도착한 이후로는 데이터가 잡히지 않았다.)
그분들은 내 카드를 정지하고, 경찰서에 신고하고, 계속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보셨다. (정말 신기하게도, 가져간 사람은 휴대폰을 끄는데 실패한 모양이다. 통화연결음이 가긴 간다. 최신 휴대폰은 잠금 해제를 해야 전원을 끄게 되어있다.)
엄마는 (나중에 알았는데) kt에 분실신고를 해주시고, 후에 나와 같이 LOST 112에 분실물 신고를 했다.
슬프게도, 경찰서는 정말 아무것도 안해준다.
"범죄와 관련된 일만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며 나를 쫒아냈다. 물론 휴대폰 찾기가 좀 수고로운 일은 맞지만, 과연 이렇게까지 도와주지 않는게 맞는건가 싶다. 왜냐하면 파출소에서 아무도 일을 하고 있지 않았거든.
그리고 KT도 정말 실망스럽다.
나는 금요일 오후에 잃어버렸기 때문에 잃어버린 신분증도 만드려면 다시 사진을 찍고, 다시 사무소에 가고, 다시 kt 플라자에 가야했다. 그리고 분실폰신고 서비스에 가입을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신한이나 현대카드가 아닌 카드가 필요하다(....)
나는 가뜩이나 신한카드 사용자였고 어차피 카드도 없었기 때문에 kt 플라자에 가야했는데 그마저도 실수로 전혀 상관없는 kt 대리점(기지국이 아니다)에 가버려서 나는 결국 금요일과 토, 일요일 밤을 불안으로 견뎌야 했다. kt는 오후 7시에 문닫고, 공휴일엔 안 연다.
그렇게 살면서 크게 울어본적이 없었다.
누군가가 나의 소중한 추억들을 모조리 가져갔다고 생각하면 너무 화가나고 서러웠다.
내 유일한 친구는 그런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러다가 놀라운 소식이 왔다.
너무 놀란 나머지 엄마가 멀리서 여기까지 오신것이다. 엄마께 큰 감사함을 느꼈다.
우리는 뜬금없긴 하지만 샤브샤브 집에가서 따뜻한 국물요리로 그나마 슬픔을 달랬다. 샤브샤브를 정말 좋아하지만, 그날은 야들야들한 배추만 먹었다. 고기가 입에 안넘어갔다.
나는 마지막 희망으로 내 번호로, '보시다시피 이건 학생의 휴대폰입니다. 비록 많은 사례금은 어렵지만 10만원...' 뭐 대충 이렇게 문자까지 남겼다. 내 휴대폰을 훔친 범인한데 사례금까지 줘야 한다니 화가 났지만.
근데 밥을 먹다가 또 좋은 소식이 생겼다.
내 친구(이성친구.)와 주고받은 카톡에서 다행히 내가 좋아했던 사진들의 85%정도를 건질 수 있었다. 비록 몇몇개는 저장 자체가 안되었고, 몇몇개는 저화질로 다운이 가능했지만 나는 너무나 기뻤다.
그제서야 나는 밥이 잘 넘어갔다.
무려 3일이 지난 월요일이 되어서야
나는 kt플라자로 갔다. 이제 찾는일을 포기하고 잠시 임대폰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임시신분증으로 위치추적 서비스에 가입하고 추적을 해봤는데....
"가까운 00기지국으로부터 3m 떨어져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가......????? 3km가 아니라 3m라니.
직원분은 내게 혹시 주머니나 차에 휴대폰을 두고 왔냐고 했고.
나는 차도 없고, 진동 모드이긴 하지만 진동이 워낙 독특하고 세기가 세서 못 느낄리가 없다고 했다. (게다가 휴대폰 잃어버릴때 입은 옷들도 아니었다.)
혹시 몰라서 나는 갤럭시노트10을 누가 가지고 온적 있냐고 물었지만, 직원분들은 없다고 했다.
나는 kt 플라자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차들에는 선팅이 가득해서 안을 볼 수 없었다. (위치추적상 누군가의 차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결국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갔고, 직원 분은 하루만 더 추적을 해보자고 권유했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저녁 7시까지 추적을 했는데. 그때도 kt 플라자 3m안에 있다고 나왔다.
정말 미칠것 같다. 괜히 추적해버렸나.
그 이후로 내 휴대폰은 완전히 꺼졌다.
결국 지금은 프리미엄 임대폰으로 나름 잘 살고 있다. (갤럭시s7, 하루 600원, 요금제는 아직 약정기간이 덜 되어 내가 쓰던 5g베이직을 그대로 써야한다!! ㅠㅠ)
웃프게도, 임대폰을 신청해준 kt 플라자 직원분도 잃어버린 갤럭시 노트 8을 1년만에 경찰서에서 되찾았다고한다...; 나도 희망을 가져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임대폰이나 새 폰으로 번호를 옮겨도, 기기 자체에 분실신고 기록이 있기 때문에 대리점으로 들고오면 바로 경찰과 연락된다고 한다. 그래서 안심하고 조만간 다시 휴대폰을 바꿀 예정이다.
...옛날 폰과 옛날 요금제로...
슬프네.
그리고 구글백업을 꼭 켜두는 습관도 길렀다.
비록 휴대폰의 사진과 지갑케이스속 폴라로이드가 없어진건 많이 서럽지만...
나는 그 사람을 저주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나쁜사람인건 분명하지.
to. 휴대폰을 가져간 그 사람에게.
내게 너무나 소중한 추억들을 부디 다시 잘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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