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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카의 일상과 푸념/진보라빛 푸념

우울증 환자가 옆에 있다면 제발 이렇게는 하지 마세요

안녕하세요- 하야카 입니다.

요즘 좀... 의욕이 없어서 그림도 못그린지 오래네요. 사실 잘 그리지도 못하지만...

만사에 무력감을 느끼는 제가 오늘

갑자기 불현듯

만약 당신의 옆에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고 싶었답니다. (엥?)

 

바로 시작할게요.

제가 조금 그런 증상이 있기도 하고, 주변에서 안좋은 사례를 너무 많이 봐서 스스로 힘들었답니다.

하지만... 제가 심리학 전문가는 아니라 글의 신뢰도가 좀 떨어질수도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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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울증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기

"나 우울증인가봐~",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이 어디있어.", "금방 괜찮아지겠지"

이런 이야기들은 삼가주세요. 진 지 하 게 제 발 하 지 마 세 요 안 하 느 니 만 못 한 얘 기 들 입 니 다

"너 우울증이라며 근데 왜 평소에는 잘 웃어?" 이런 얘기도 제발...

우울증 환자들은 오히려 우울함이 너무 익숙한 나머지 자신이 우울한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일수록 더욱 위험하다고 해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흔히 부르죠, 이는 우울증이 쉽게 낫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당신에게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2. 섣불리 자신의 경험에서 판단하지 말기

겉으로 보이는 증상으로만 우울증의 정도를 진단하지 마세요.

같은 물건에 긁혀도 피부가 두꺼운 사람보단 연약한 사람이 더 많이 피를 흘리잖아요. 그런데 피부가 두꺼운 사람이 자신은 상처가 옅다는 이유로, "야, 너는 왜 칠칠맞게 피를 흘리고 그러냐?" 그러면 피부 약한 사람 입장에선 너무 속상하겠죠?

당신은 쉽게 이해가 안갈수 있겠지만, 아픔을 겪는 누군가는 그 '별거 아닌 일'로도 많이 힘들어 할 수 있어요. 

 

3. 다양한 우울증 증상이 있음을 이해하기

우울증은 마냥 자주 우울해 하는 증상만 있는건 아니랍니다.

자주 짜증을 내는 우울증도 있고, 무기력한 우울증, 겨울만 되면 슬퍼지는 우울증, 몹시 불안해 보이는 우울증, 망상이 자꾸 떠오르는 우울증 등 증상은 매우 다양해요. 그리고 개개인마다 그 원인과 증상도 다를거고요.

함부로 환자를 '우울증' 하나로만 정의해버리지 맙시다. 저희가 무슨 바이러스냐고요~ ㅠㅠ

 

4. 우울증 환자에게 비난하거나 화내지 말기

물론 이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요... 

우울증 환자는 대개 그 우울감을 주변사람들에게도 전함으로써 그들을 힘들게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의도해서 그런다는 것이 아님을 꼭 기억해주세요.

실제로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이 비정상적인 감정기전을 가지고 있음을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잘 통제가 안되는 것이죠.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들도 자신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주변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이 괴로워 하고 있어요. 만약 당신이 "너 같은건 만나도 짜증만 나!"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아마 그 환자는 엄청 남몰래 괴로워 할겁니다.

환자도 불안해서 자기도 모르게 여러분을 조금 다치게 하는걸지도 몰라요. 여러분이 환자 옆에 항상 있어줄거란 확신을 주세요. 그렇지만 의존하게 내버려 두라는 뜻은 아닙니다 ㅎㅎ;

 

5. 조언보다는 공감해주기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과는 다른 타인에 대해 민감하답니다.

물론 환자가 빨리 나았으면 하는 마음에 줄곧 조언을 해주고 싶으시겠죠. 하지만 별로 좋은 행동은 아니에요. 오히려 (4.)의 경우처럼 조언을 들을경우 자신을 학대하고 원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왜 나는 아직도 이꼴이지? 왜 나는 조언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걸까? 난 너무 할줄아는게 없어..." 뭐 이런식으로요.

왜냐하면, 우울증 환자들은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연결짓는 마음에 사로잡혔기 때문입니다. 

래퍼 '빈첸'의 노래 '전혀'에서 이를 잘 설명하는 구절이 있길래 인용해 봅니다!

 

야 되도 않는 소리 하지 마
노래방에서 따라 불렀었던 가수가
너한텐 가깝잖아 이제 대체 어떤 비수가
너한테 꽂혀 그리 아파해 힘든 척하지 마
미안 근데 난 원래 이런 놈이라
너에겐 예쁜 꽃이 나에겐 독초밖에 안돼
독촉하지 마 나 나름 노력 중인데 잘 버틸라고
이런 내가 컨셉이래 그냥 놔버릴라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건 튼튼한 마음을 심어주는 일이에요. 답답하실수도 있지만, 천천히 상처를 낫게 한 뒤, 다른 새로운 일을 해볼 수 있도록 나중에 도와주세요!

 

6. 조심스레 팩폭(?)하기

(5.)에서 조언을 삼가라고는 했지만, 지나치게 옹호만 해주면 그 환자는 병을 완치하긴 어려울 겁니다.

상처를 위로해줌과 동시에, 어느 방향으로 환자가 나아가야 할지를 약간은 알려주어야 해요. (이 작업은 전문 상담사님이나 정신의학과 의사님이 그래도 가장 잘하시겠죠?)

이때 중요한것은 팩트가 사실임을 '환자가 스스로' 깨닫게 유도해야 한다는 거에요. 남이 아무리 좋은거 먹여봤자 소용없습니다. 독초밖에 안됩...니다 ㅋㅋ

스스로 바른 방향을 깨닫고, 이를 행한뒤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수 있도록 하는게 제일 좋아요.

예시를 하나 올리겠습니다.

"야 이렇게 박혀있지만 말고 운동좀 해." 이것 보다는

"많이 기운없어 보이네. 나랑 같이 운동갈까? 바깥이 좀 춥긴 하지만 뛰고나면 분명 기분이 좋고 몸이 상쾌할거야. 계속 여기서 휴대폰만 보는것보단 나가서 달리기 한걸, 미래의 너는 더 좋아할거야!"

뭐... 잘 쓰진 못했지만 이정도면 무난하지 않을까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강요하지 말고 제안하듯 넌지시 물어봐주세요.

 

7. 따뜻한 물건 사주기

마구 화내고 열받는 우울증이 아니라면,

전기장판, 물주머니, 찜질팩, 손난로 같은 따뜻한 물건은 환자의 혈액순환에 도움을 줄겁니다. 우울증 때문에 저혈압이 오기도 하거든요.

조금 더 선물 같은 선물을 해주고 싶으시다면, 로즈마리차나 생강차, 대추차 이런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도 함께라면 어우. 정말 좋죠.

 

8. 함부로 신앙을 들먹이지 말기

명상학원이나 (개인적으로 하야카는 명상을 매우 좋게 생각합니다만-- 학원은... 사이비같은 곳들도...;;) 종교를 통해 심신의 안정을 얻고 이를 우울증 환자에게 포교(?)하려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제 발 이 러 지 마 세 요 이 러 지 마 제 발 ~

그런 말들 너무 짜증납니다. 특히 저같은 무신론자나 범신론자는. 

심지어 몇몇 환자들은 신이 내게 벌을 주고 있다고 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식으로 농간(표현이 거친가요?)을 해버리면 환자는 기분이 상할지도 모릅니다. 우울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들도 종교 이야기는 싫어하는 걸 보면 답이 나오죠...?

설령 당신이 아주 정상적인 신자라고 해도, 신앙은 함부로 남에게 권하지 마세요.

이유는 (5.)와 같습니다.

 

9. 살아있는 생물친구 만들어주기

만약 환자가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생활을 누리고 있다면, 생물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 매우 좋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교감이 가능한 생물이 제일 좋지만, 여건이 안된다면 세상에는 다른 반려동물도 많아요.

앵무새, 집토끼, 구피, 고슴도치, 게코, 카나리아, 다람쥐, 돼지, 금붕어, 햄스터, 거북이, 문조, 볼파이톤, 우파루파, 씨몽키(?) 등... ㅋㅋ

그리고 그것마저 힘들면 반려식물(!!!)도 있지요! 대표적인 반려식물은 역시 허브류나 다육이.

반려생물이 주는 살아있는 생동감은, 우울증환자에게 작지만 큰 행복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생물을 키우는 데는 반드시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10. 운동하며 햇빛 자주 쬐게 해주기

햇빛은 생각보다 정말 좋은 우울증 치료제랍니다!

특히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에 좋아요. 비타민D와 세로토닌은 햇빛의 자외선으로 합성이 된답니다. 슬프게도 자외선은 유리를 통과하기는 어렵다고 하네요. 제발 좀 집밖에 나가라는 신의 계시인가...

만약 자주 비가 내리는 지역에 사신다면 광치료기(해피램프)를 구매하시는것도 조금 도움이 될겁니다.

그리고 운동...... 201938120830180183094배 강조드립니다. 꼭 하세요! 아니면 시키세요!

(하지만 증상이 심각한 환자분에게는 운동을 강제로 하게 해선 안됩니다. 다리라도 주무르며 가볍게 신체적 자극을 주거나 산책, 요가 등 어렵지 않은 운동부터 시작해보세요!)

 

11. 우울증은 마음만의 병이 아님을 알기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은 단순 의지 부족으로 생기는 병으로 알고 있지만

의외로 몸속 기능의 이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예컨데 행복 호르몬의 분비가 안된다던가, 호르몬의 수용체가 지나치게 감소했다던가 이런 문제로요.

우울증 환자들이 대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보는 것을 두려워 하나, 진지하게 뇌 기능의 문제일수도 있으니

주변에 환자가 있다면 조심스럽게 (절대 "너 같은건 정신병원에나 가라!", "히익 그거 기록남는대~보험은 어떡하게" 이딴말은 삼가주세요....) 병원에 가보는 것을 권유하세요.

만약 환자가 너무 두려워 하거나 스스로 병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심리검사 신청을 통해 객관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비용은 조금 들수 있지만... ㅠㅠ

요즘은 정신과 검진이 정신과 진료 기록이 아닌 일반 진료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됩니다! 또한 멋대로 진료기록을 면접장 등에서 열람하는것은 불법이에요!

저도 자세한 정책들은 잘 모르지만, 아파서 힘겨워 하는것 보다는 그런것들이 살짝 찍히는편(그마저도 쉽게 알아보기 힘든)이 훨씬 낫지 않겠어요?  

참고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드는 비용은 1회 진료당 대개 1만~3만원 선입니다. 이 이상을 받는 병원은 가지마세요... ㅎㅎ

 

 

 

이글 읽는 모두의 마음이 건강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