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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카의 일상과 푸념/연보라빛 일상

이제 정말 우울증 완치에 가까워 진것 같습니다 (3년간의 치료끝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어오는 하야카입니다.

이 티스토리 공간을 자주 쓰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힘을 얻어가시고 예쁜 댓글들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쁜소식을 하나 전하고자 하는데요,

바로 '제 우울증 완치'입니다.

 

"아니... 우울증이 완치가 돼?"

 

그러게요.

일단 제 생각에 우울증 100%완치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항상 행복한 사람은 조증이고, 그것도 질병이기 때문이죠.

다만... 90%정도의 완치라면...? 평소에는 '평소처럼' 지낼 수 있고, 웃을땐 웃을 수 있고, 슬플땐 슬플 수 있는 정도로 회복될 수 있다면?

저는 지금 88%정도의 완치수준에 이른 것 같습니다.

 

"진짜? 그럼 우울증 거의 다 나았네?"

 

그러게요.

제가 이렇게까지 우울증이 다 나았다고 확신하는 순간이 올줄이야.

오늘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치료되면서 느낀 '완치된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별것 없는 비법에 대해서도...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보통 사람이 된것 같아.


약을 먹다보니 처음에는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지다가, 어느순간 위 처럼

'이게 보통사람의 평소 기분이구나' 하는게 느껴지더라고요.

매일 남들의 얼굴을 보는게 지옥같았고 혼자 있으면 눈물이 나고 춥고 그랬는데

어느순간 모든게 편안한 '일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람들에게 오히려 제가 먼저 인사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 기분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놀랍게도 '우을증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나는' 지경도 되었습니다.

저희 동생도 지금 불안증과 약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데, 예전이었으면 함께 울며 슬퍼해주고 위로해주었을 제가

지금은 이러고 있더군요.

 

"내가 찍은 웃긴 사진 보여줄게 ㅋㅋ 한번 보셈"

 

저는 이 말하고 아차 싶었습니다. 우울증환자에겐 저런걸로 위로가 통할리가 없는데...

그런데 동생의 반응이 의외였어요.

 

"내가 알던 언니 맞아? 그런 모습 보니 보기 좋다. 나도 언니처럼 더 열심히 약 먹어야지. 항우울제가 진짜 효과가 있구나."

 

저는 어릴때부터 우울증이 있었기 때문에

평생 우울증은 낫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완치에 가까워지니... 기분이 오묘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일상을 이렇게 평온하고 행복하게 느끼고 있었구나.

 

정확히 어느순간부터 제가 완치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제게 아주 큰 열등감을 심어준 남자친구와의, 이별 이후로부터 꽤 호전속도가 빨라진 것 같아요. 그게 약 1~2년 전이었던것 같네요.

그래서 그때 깨달은 게 있습니다.

 

"우울증 약을 열심히 먹어도 주변 상황이 개선이 안되면 낫기 어려울수도 있겠다."

 

실제로 제가 만났던 어느 정신과 의사선생님 말로는 사업실패로 정신과에 오신 한 사장님께선, 사업이 다시 잘 되자 약을 딱히 바꾼적이 없는데도 눈에 띄게 호전되셨다고 해요.

저도 많은 트러블이 있었던(대부분 갈등의 원인은 저 때문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친구에게 몹시 미안합니다.) 남자친구와 멀어지게 되자, 오히려 절 돌볼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빠르게 호전이 된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 분들은 주변 상황을 바꾸기 쉽지 않을거에요.

 

예컨대 직장동료가 나를 힘들게 하는데, 그 직장이 정말 어렵게 구한 직장이라면? 직장을 바꿀 수 있을까요?

나의 가족이 나를 힘들게 하는데, 그 가족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좀처럼 우울증이 잘 낫지 않는 분들께는 이렇게 말해보고 싶네요.

 

 

과감하게 바꾸어 보세요!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세요)


물론 이 말이 100% 모든 우울증과 상황에 통용되지는 않겠지만요...

계속 우울증이 고착상태면, 무언가를 과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이 '과감한 변화'를 기점으로 많이 호전될 수 있었던것 같네요.

 

- 약을 바꾸거나

- 의사선생님을 바꾸거나

- 직장을 바꾸거나

- 연인을 바꾸거나

- 친구를 바꾸거나

- 가족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거나(가족을 바꿀수 없다는 건 행운이자 불행이네요)

- 옷 스타일, 취미를 바꾸거나

- 방 구조를 바꾸거나

등등...

https://www.google.com/search?q=%EB%82%98%EB%8A%94+%EC%9E%90%EC%97%B0%EC%9D%B8%EC%9D%B4%EB%8B%A4&source=lnms&tbm=isch&sa=X&ved=2ahUKEwj6qO-swOT7AhUOyosBHVNlAtUQ_AUoAnoECAEQBA&biw=1920&bih=929&dpr=1#imgrc=S7qr7GsgXqLU1M

'과감한 변화'의 예시가 바로 자연인이라고 생각합니다.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 암 말기, 사업 실패, 이혼 등 아주 어려운 사연을 겪고 산으로 오신 분들이 많죠.

그런데 그분들은 '과감한 변화' 덕분에 현재 행복한 삶들을 즐기고 있습니다.

저는 느껴지더라고요. 저분들의 행복한 모습은 방송용 행복이 아니라 진짜 행복이다.

 

"이놈~ 하야카야~ 그럼 우리보고 자연인이 되라는 거냐~"

 

아뇨!!! 그건 아닙니다!!!

자연인은 극단적인 예시고요^^;;

저정도는 아니더라도, 위에서 제가 말한 것 처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한번 과감하게 상황을 바꾸어 보는거에요!

나쁜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연인 없이 사는 지금의 저 처럼요.

저는 가뜩이나 친구가 극히 없어서 연인이 사라지면 외로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현재는 제가 혼자인게 제일 즐겁고 만족스럽습니다.

 

제 취미는 게임인데, pc방도 혼자 갑니다. 그것도 겨울 밤 12시에 말이에요.

제가 딱히 온라인 게임을 하러 간것도 아니었습니다. 혼자서 하는 게임을 하러 간거였어요.

그럼에도 외롭다는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저 스스로 고찰해봤는데,

 

바로 제 자신과 '데이트'하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즐겁기 때문인것 같더라고요...?!

 

고찰 후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루에 백번은 자기비하를 하던 나 자신이 어느순간 나와 데이트를 하고 있다니...

 

제 자신의 노력도 어느정도는 있겠지만,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항우울제가 제게 준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울증 환자는 절대 자력으로 저렇게 생활하기 힘들겁니다. 약의 도움이 필요해요.

저는 제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기 위해서 3년동안 돌아다녔습니다.

어떤 약들은 저를 멍하게 했고, 토하게 했고, 잠오게 했고, 오히려 불안하게 했지만

끝내 자신과 잘 맞는 약이 등장하기는 등장하더라고요.

여러분도 진전이 없으면 의사선생님과 상의를 해서 약을 한번 바꾸어보시길 바랍니다. (단, 해당 약을 최소 3개월 이상은 드셔보시고 바꿀건지 결정을 해보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제가 느낀 우울증 완치의 비법은

 

1. 주변 상황이 바뀌면 호전 가능성이 높아진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과감히 벗어나자)

2. 자신에게 잘 맞는 약을 계속 찾아보자. 

 

입니다.

 

상당히 원론적인 얘기라서 실망하실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저 1, 2방법이 통하진 않을수도 있을것이며, 해당 방법을 행하기가 힘들수도 있을겁니다.

그렇지만 여러분들에게 꼭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상황이 바뀌는 것과 잘 맞는 약을 먹는것 만으로도 이렇게 사람이 바뀌고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을. 그냥, 제 바뀐모습 그것 하나만이라도 보여드리고 싶었네요.

 

저는 3년전에는 대인기피증이 있는 편집증, 우울증, 약한 조현병 환자였습니다.

사람이 너무 무서워서 매번 1인실을 쓰고, 매일 고개를 숙이고 다녔더니 거북목도 왔습니다.

말 거는것 조차도 너무 무서워서 동아리 활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하루에 최소 10번은 울었었죠.

나쁜 생각도 정말 정말... 천번 가까이 하고...

고통스러우면 머리를 벽이나 책상에 박는 행동도 많이 했습니다.

즐겁게 웃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그들을 해하고 싶다는 생각도 정말 많이 했고요.

추위도 많이타고 잠도 많이와서 방학동안은 내내 방에만 있었습니다.

저 자신을 해하는 대신, 잔혹한 그림을 그려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습니다.

매일 유튜브에서 '우울증 낫는 법'영상만 보곤 했지만, 정작 나아지지 않아서 또다시 울곤 했죠.

 

아무튼 그랬던 제가

 

지금은 동아리 회장이고

각종 자격증도 열심히 모으고 있으며

무려 인턴쉽에도 지원한데다

혼자서 밥도 잘 먹으러 다니고 게임도 잘 하러 다니고

편의점 아주머니께 맨날 인사해서 간식도 얻어먹고

덕질도 다시 열심히 하게 되고

오프라인 친구 온라인 친구 합쳐서 약 7명 정도 사귀었고

현재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

'요즘 표정이 많이 좋아보입니다' 소리도 듣고 있네요.

 

단순한 비법이지만,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약들은 제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이젠 우울증 시절이 기억이 안날 정도로요....

 

"그럼 앞으로 약은 이제 안 먹을 건가요?"

 

저는 평생 먹을 예정입니다.

 

"뭐야 이 사기꾼!! 그럼 우울증 완치가 아니잖아!!"

 

왜요? 그냥 영양제처럼 항우울제를 먹으면 안되나요?

 

"????!!"

 

안타깝게도, 항우울제를 안먹으니까 바로 조현병 증상이 조금 나타나긴 나타나더라고요.

전에 병원을 잠시 못가게 되어서 약 없이 일주일을 살았더니, 특유의 '웃는 사람들을 보면 한대 패고 싶은 증세'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의사선생님께 위 현상을 얘기했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정확하게 그 약이 그걸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약을 당장 끊기는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했네요.

하지만 항우울제가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진 않아요. 의사선생님께 한달치를 통째로 달라고 하면 한달에 2만~3만원 정도로 저렴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영양제' 처럼 여기기로 했습니다.

제 남은 2%의 우울증은 마치 고혈압처럼 그냥 저의 작은 결함인 셈인거죠. 저희 어머니도 고혈압이셔서 약을 매일 드시거든요.

 

비록 완전히 우울증을 치료한 건 아니지만...

우울증을 이렇게 가볍게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제법 나은 게 아닐까요?

 

 

 

 

 

 

 

+

'모르니카'로 활동하던 이 유튜브 계정이

사실 이게 저, 하야카였습니다.

원래 두 계정을 다르게 쓰고 있었지만, 양쪽 구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여기에 공개를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rOeySHKCEE